▲ 시부문 당선작 김용희氏

(제1회 한밭일보 시와찬미예술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김용희氏의 여름이 와버린거야 外 2편

여름이 와버린거야 / 김용희

내가 쌓은 벽들이
너무 높아지면
벽 없이 살던 시절이
무척 그리워지고

그 벽을 허물다 보면
시절은 벌써
저만치 가 있단말이지

잠을 잤었는지
눈을 붙였다 떼었는지
아득한 계절을 지나

그렇게 저렇게 헤어진 봄이
올해로 몇해이던가

다시 만나면
그동안
밀린 막걸리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있으려나

여름이야
여름이 와버린거야..

장마 / 김용희

푸른 하늘에 빠진 구름
짧은 비의 계절은 오고 가고
사람은 가면 오지않는다

돌이키면 눈물이라도날테지

시절은 그리 긴말이
필요치 않아
그래도 돌아갈수 있다는 믿음 하나
언제나 달콤한 장마비로
타는 가슴을 식혀주었지

문득 빗방울의 살결
가만히 손바닥 가득 담아본다

빨간 우체통 / 김용희

오래전 어느해 인가
시절인지 싶구나
하얀 종이 위에
또박 또박 써내려간
우체통보다
더욱 빨간 정열의 편지

세월속에 묻혀
엷어지고 닳아지고
잊혀지기도 하는
고향같은
그날이 그립기만 하구나
아련한 빨간 우체통
함초롬히 비를 맞고
연분홍 내소식
연전히 기다리려나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