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대전분원 교수 대덕대 창작문학의 산실 출강. 시인

효란?

우리말 사전에는 부모를 섬김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일본어 사전에는 孝는 없고 孝行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는 행위가 수반되지 않은 효란 개념이 모호하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효는 받아서 부담되지 않아야 한다. 자기 희생을 통하지 않은 효란 낱말은 존치 할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효녀 심청이는 아버지 심학규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인당수에 투신한다.

낳아준 아버지의 은혜의 보답을 위해서냐 ? 단지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냐? 의미의 큰 차이가 없다. 이를 심봉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봉사가 눈을 떠서 세상을 볼수 있다. 손 딸 팔아 산 눈으로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 아니면 눈먼 장님으로 효녀 딸과 보내는 여생이 행복할 것이냐?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효란 주체와 객체가 주고 받는 것이라면 주어서 줄겁고 받아서 행복한 것 이어야 한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효의 재 고찰'이 곧 성숙사회에서의 효의 새로운 개념 정립이다.

효를 받음에 부담이 되어 받은 효로 인하여 자식이 타격을 입는다면 이는 효가 아니다. 시묘살이(부모의 무덤옆에서 3년동안 이발도 목욕도 않하고 묘를 지키며 조석을 지어 올리는 일이나.) 割股 斷指(할고 단지: 굶주림에 아사지경의 부모에게 허벅지살을 떼어 구워서 봉양하거나 손가락을 베어 그 피로 죽음 직전의 부모를 구한다.)가 효행위로 추앙받던 시대가 성숙사회 이전(산업사회 이전의 농경 사회)의 효 행위라면 작금의 효행은 눈먼 심봉사가 눈이먼채 장님으로 효녀 딸과 함께 하는 삶이 진정한 효. 즉 수혜자에게 부담되지 않는 효행이리라.

성숙사회진입에 따른 효

1)효는 상황 윤리다.
부모가 처한 현재의 상황이 위급할 때 자식으로 해야 할 행위, 이를 방기하거나 유기하는 행위는 불효다.

2)효는 행위(실천) 철학이다.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혹은 생색만으로 혹은 논리만으로 효행을 말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효는 행위이고 불변의 철학이 삽입되어 있어야 한다.

3)효는 행복의 공유이다.

사회미학적으로 보면 행위의 주체와 객체가 함께 행복해야 한다. 받는자와 주는자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공유하는 행복이다.

4)문학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시다.

노 부모 앞에서 나이든 자식의 어리광을 봐라. 이는 곧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다.

5)효는 소통의 철학이다.

60년대 미국으로 유학을 간 한국학생들의 아르바이트는 가발세일즈였다. 재수있는 날은 부유한 집에서 혼자사는 노인을 만나는 날이었다고 한다. 하루종일 그 노인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조건으로 들고 다니는 가발 전부를 팔 수 있었으니 대박이었으리라. 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만으로 필요없는 가발을 전부 매입해주는 노인세대, 이들과의 대화는 곧 소통이다.

6)효는 각자 삶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하여 혹은 내세 때문에 종교에 귀의 한다. 종교에 귀의하면 우리는 십일조 헌금이거나 절의 복전함에 돈을 넣는다. 천당이거나 극락이거나 내세를 향한 기원. 혹은 현세의 세상 살이에 대한 염원을 빈다. 부모를 통하여 세상에 태어나서 존재의 유무 키워준 은혜는 차치한다.

혹자는 부모를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하거나 영원히 자신의 봉으로 생각한다. 과보호속에 자란 사람들일수록 더하다. 복받는 일이거나 내세에 천당이거나 극락세계에 가는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부모공양이라면 이는 곧 종교 이상의 것으로 치부해도 되는것 아닌가!

당연한 일이 도외시되는 현실에서 효 운동은 종교운동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물에 빠저 허우적 거릴때 자기목숨과 바꾸어 자신을 구해주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행위, 이는 종교 보다 위대하다. 불교의 은중경 성경의 시편 사서5경의 예기편에서도 읽을 수 있다.

효의 역활

1)고도 산업 사회의 기조

중동에서, 월남에서, 서독에서, 한국의 고속도로 현장에서,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게 되는 이유는 부모봉양 및 가족애가 그 원천임을 부인할 수 없다. 부모의 고통스러운 어제와 현재를 보면서 그 어려움을 이어 받은 내가 자식에게까지 가난을 물려줄 수는 없다는 근로자들의 사투정신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 제1의 교육열 또한 오늘의 과외천국. 출세지향 국가를 만들었다.

2)소통과 통합

"부정, 불신, 불의의 나라"라는 오명이 아직도 미해결의 잔재로 남아 있다. 지역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가 공평한 룰을 해하는 나라다. 전직이라는 이유로 각종 혜택을 누리는 단체(의정동우회는 예외겠지만) 지역간의 갈등 빈부간의 동서간, 남녀간, 노소간,.... 특히 남북간의 갈등은 한반도를 초 긴장상태로 만든 요인이다. 이는 단말마적 모험주의자들이 벌린 작태지만 그 주 원인은 소통부재와 불신이다. 그 처방의 철학에 효를 대입해 본다면 답이 보인다.

지정학적 중심도시 충신열사의 고장 충청도 '효의 메카'

나를 기준으로 사회적 약자 모두는 곧 효의 대상이다.
노약자, 정신장애자, 지체장애자, 지적으로나 금전적으로도 나만 못 한자들. 그들 모두를 내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일이 금시대의 효다. 효행이 단순한 나눔의 철학으로 머문다면 이는 협의의 개념으로 전락될 수 밖에 없다. 내부모가 아니더라도 내가 가진 능력의 시혜거나 내 나눔을 통하여 물질을 나누는일 등이 성숙 사회의 효의 개념이다.

부모봉양으로 귀속된 사전적 의미의 효행으로 벗어나 내 주변뿐만 아니라 내 힘의 영역이 미치는 최대한의 시공을 통하여 사회와 국가가 새로운 효 운동으로 전개해야 할 시대의 화두이기도 하다. 지정학적 중심도시 충신열사의 고장 충청도는 효의 메카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