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로 희망대전연구원장한밭대 건설환경대학 학장

지식정보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효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고 인터넷의 보급으로 지식의 보편화가 이루어지면서 우리사회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기존의 전통과 사회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사회공동체에 대한 인식도 새로워졌다. 사회의 최소 공동체인 가정이 핵가족화되고 심지어 1인 가정이 증가하면서 자연적 사회공동체인 혈연중심의 가족체계가 약화되고 기계화된 사이버 공동체 또는 개인주의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함께 생활하고 즐기는 것 보다는 컴퓨터나 프로그램 등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혼자 놀고 가상현실을 즐기는 문화가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생명에 대한 존중은 물론 사람 또는 인간관계도 경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물론적인 행동주의자들의 발호와 그들과의 타협은 일체의 인격공동체가 부정되고 종래에는 인간상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세계나 인터넷 공간에서 무차별하게 남을 공격하고 심심해서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할 정도로 인간성이 파괴되어 가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인간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현대 사회를 “고독한 군중,” “병든 사회,” “인간성 상실의 사회,” “자기 소외” 라는 개념으로 분석하면서 그 비리를 진단한다.

그러면 전통적 효는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여러가지 학설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인류가 세상에 출현한 시점부터 출발하여 집단 사회생활을 하면서 보편적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의 효가 생존을 위한 자연발생적 효였다면 발전된 효는 사람간에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효율성을 필요로 했던 집단 사회를 이루면서 인위적 효로 발전한 것이라 생각된다. 즉, 사회구성 요소와 인자간의 최적의 규범, 효의 윤리라 일컬어지는 즉 “상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효윤리” 특히 사회적 효윤리는 변천하였다. 개인이 중심이 되된 자연사회에서는 생명을 유지, 번창시키는데 필요한 본능적 인간관계 측면에서의 부모와 자식간 유지 수단이었다면 좀 더 발전된 집단사회인 유목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공동수렵, 공동생활에 필요한 서로의 역할분담과 배려가 필요해 효의 윤리가 발전해 갔다. 그러나 수렵과 동물의 습격 등에 대응해야 하는 공동체로서는 노인이나 약자는 이동에 불편하고 생산성,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존재로서 여전히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작에 대한 지식이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고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지식을 소유한 노인에 대한 존중이 생겨났다. 파종시기, 경작법, 태풍과 가뭄 등 위기상황에서의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는 사회적 권위로 나타났고 결국 노인에 대한 사회적 존중으로 발전하였다. 씨족 공동체는 효문화를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씨족 체계에서 왕권 국가로,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는 민주주의가 도입되면서 가족내 상하간을 중심으로 한 효 문화는 공동체 중심의 사회윤리로 확대되었고 그 결과 전통적 의미의 효는 효문화는 기능이 감소하였다. 어느학자는 문자의 발명, 왕권의 중앙집중화, 민주주의 혁명을 효윤리의 위기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효는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며 사회생활을 하는 보편적 규율가치인 "상식”이라고 정의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간의 관계, 이들을 유지시키는 최적의 가치체계인 서로에 대한 상식적 배려와 존중이라고 정의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와 효

효윤리는 원시 자연적 효에서 고대 씨족, 부족사회를 거치면서 강화되었고, 문자가 발명되면서 약화되었으며, 중세에는 다시 봉건사회가 되면서 강화되고 근대에는 시 시민혁명으로 개인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자유방임주의가 판을 치고 크게 후퇴하였다. 그러나 수정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국가, 가족의 개념이 확대되어 효의 중요성이 증가되다가 산업화, 최근의 정보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효 윤리는 급격히 퇴보하여 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

중세에는 종교적으로 효는 큰 역할을 하였다. 기독교나 불교 등 대부분의 종교는 효를 중요한 가치로 인식해 왔다. 기독교는 하나님을 부모로서 섬기는 가치관을 갖고 있고 카톨릭도 “대부”라는 이름으로 윗사람에 대한 관계를 찾으며, 불교의 경우에도 윤회사상을 믿으며, 대부분의 토속신앙도 조상에 대한 예우를 중시하고 있어 효를 근저에 두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미래사회는 감성사회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감성사회 역시 개인의 감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서 개인주의적 사고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이나 개인과 개인이나, 개인과 조직간의 상호 공감과 소통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중시되고 새로운 개념의 상호주의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교사상에 입각한 가정에서 부모에 대한 공경 차원의 효, 사회에서 나이의 상하간 윗사람에 대한 예의 차원의 효를 넘어선 사람과 사람사이의 존중과 배려를 통한 소통을 위한 인간관계 측면의 효가 중요한 사회의 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효의 광의적 가치에 대한 효는 더욱 중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이며, 인간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소로서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부터 초래되는 새로운 효 문화사회를 형성 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효를 중시하는 한국은 효의 가치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가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면 한국의 산업화와 핵가족화는 급속도로 이루어 졌기 때문에 한국의 가정 문제는 서구보다 더 심각하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효를 가르치기보다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생활을 강요하고 출세욕과 황금만능사상을 가지도록 고취한다. 또한 이혼율의 증가로 한국 가족 결속은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어 가족관계, 사회관계 등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가치관계가 정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필요에 따라 “효문화 장려”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효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끈

현대사회에서 효윤리의 강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또 효에 대한 의미는 전통 유교관의 개념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모든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는 끈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건강한 가정을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간,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세대간 계층간 소통과 대화가 절실하다. 결국 인간관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효이며, 인간관계의 “상식”이 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신개념 “효 사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