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유영 변호사(법률고문)

▲질 문

갑은 일정한 직업도 없는 28세의 남자로써, 어느 날 우연히 출판사에 근무하는 24세의 을을 만나 교제를 하게 되었는데, 갑은 을에게 자신은 사법시험공부를 하는데 1차 시험에 합격하였다면서 자신은 최소한 2-3년 안에는 시험에 합격할 것이고, 자신은 법조인이 되어 을녀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며 6개월 정도 을과 교제를 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갑과 을은 성관계까지 갖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더욱 가까워진 두 사람은 우선 약혼을 하였다. 갑은 자신이 얼마 후면 사법시험에 합격할테니 그 때 을에게 잘 해주겠다면서 약혼선물을 주지 않았으나 을은 갑에게 고시공부를 하는 비용으로 500만 원과 500만 원 상당의 패물 등을 약혼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갑은 약혼 후에도 자신이 어느 곳에서 공부를 하는 지에 대하여 알려주지도 않고 아무리 보아도 공부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을은 갑을 행적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는데, 알고 보니 갑은 직업도 없는 노숙인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을은 갑에게 즉시 파혼통고를 하였다. 위 파혼통고는 가능하며, 을이 갑에게 교부한 패물과 금전은 반환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위자료청구도 가능한가?

▲답 변

우리 민법은 약혼해제사유로 (1) 약혼 후 자격정지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때 (2) 약혼 후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의 선고를 받은 때 (3) 성병, 불치의 정신병 기타 불치의 악질이 있는 때 (4) 약혼 후 타인과 약혼 또는 혼인을 한 때 (5) 약혼 후 타인과 간음한 때 (6) 약혼 후 1년 이상 그 생사가 불명한 때 (7) 정당한 이유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지연하는 때 (8)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등입니다(민법 제804조).

본 질문사례에 해당되는 것은 갑의 행위가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느냐 입니다. 이는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사회관념이나 일반상식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약혼 후 어느 일방이 폭행을 가하거나 모욕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 직업, 재산상태 등을 속인 경우 등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을은 갑에 대하여 약혼해제는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약혼이 상대방의 과실로 해제된 경우 과실이 없는 쪽에서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 손해배상에는 재산상의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청구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재산상 손해에는 혼인준비를 하는데 들인 비용, 약혼식비용, 혼인을 할 생각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경우, 청첩장 제작비 등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청구는 혼인을 전제로 약혼을 하였다가 갑자기 해제됨으로써 겪는 고통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으로, 이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상기 질문의 경우 을은 갑을 상대로 지급한 500만 원과 정신적으로 겪은 고통에 대한 위자료청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혼이 해제, 즉 파혼된 경우 과실이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예물의 반환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질문의 경우 을은 갑에게 약혼 선물로 준 500만 원 상당의 패물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성립된 이후에는 그것이 법률혼이든 사실혼이든 그것이 해소되었다고 하더라도(이혼 또는 사실혼관계파탄) 예물이나 지참금 등의 반환청구는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