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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려나?지방의회 폐지와 기초단체장 임명제 환원 논란에 대해
장종태 前수석감사위원  |  충청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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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14  23: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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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태 행정학박사
前배재대,대전대 겸임교수
前대전서구청 생활지원국장

지난해(2012년) 4월 13일 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서울시와 6개 광역시의 74개 자치구 군의회의 전면폐지 및 6개 광역시 구청장 직선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대도시 자치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 만약 이 개편안이 실행된다면 46%의 국민이 거주하는 서울시와 6개 광역시는 기초 지방자치단체를 갖지 않는 대도시 행정체제로 전환된다. 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개편안이 자치구간의 행정서비스와 복지수준의 불균형 시정, 광역시와 자치구간의 갈등문제 해결, 행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추진위원회의 개편안을 보면서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치적 쿠데타로 느껴질 정도로 충격이 컸다. 5.16 군사 쿠데타에 의해서 30여 년간 중단되었던 지방 자치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으로 값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했는가? 3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의 지방자치 선진국에 비하면 이제 겨우 20년을 넘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역사는 너무나 일천하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역사를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이때에 벌써 기초의회에 대한 성과를 논하고 기초자치단체의 존폐를 논의하기에는 너무나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2012년 8월에 열린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한 대전시민 토론회에서 배재대 유진숙 교수는 주제 발제를 통해 “기초의회 폐지와 기초단체장 임명제 환원은 치밀한 공적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위원회 내부표결도 폐쇄적, 비민주적으로 진행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기가 어렵다”면서 “개편안은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적 기제를 훼손하고 있으며 제시하고 있는 방안 역시 적절한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권력 분립형이자 ‘강 시장, 약 의회’로 분류되어 있으며 입법부와 행정부간 권력관계가 상당히 불균형한 상황”이라며 “기초의회 폐지를 통해 입법부가 축소되고 기초단체장 임명권을 광역 단체장이 보유하게 될 경우 민주적인 통제와 감시는 어려워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자도 유 교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전국의 많은 지방의회가 자리싸움에다 이권개입, 불법 부당행위 등으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했고 결국 많은 시민들에 의해 지방의회 무용론이 제기 되고 있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의 48%가 부정부패나 비리 등으로 기소되었다는 2011년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자치단체 구성원 중 일부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초지방 자치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선출직 구성원들이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 통제수단을 강화하는 법 규정을 만드는 등 개선대책을 세워나가야지 기초의회 자체를 폐지하거나 기초단체장의 임면권을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주어 지방자치의 근간을 없애려는 시도는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그 이후에는 별다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도 지방의회 폐지가 아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당선되어 당분간 지방의회 폐지와 구청장 임명제 논란은 잠잠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언제 또 공론화 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아 필자는 이 기회에 추진위가 주장했던 지방의회 폐지와 구청장 임명제에 대한 문제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먼저 자치구간의 행정서비스와 복지수준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하여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여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행정서비스가 최종적으로 수혜자와 만나는 곳이 바로 기초자치단체이다. 이곳에서 집행부와 의회가 상호 견제하고 감시 감독하면서 구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데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독립성을 없애 버리고 어떻게 행정서비스와 복지수준의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것인지 이해 할 수 없다.

그동안 기초자치단체에서 추진해 왔던 업무를 광역자치단체에서 수행하도록 함으로서 자치구간의 행정서비스와 복지수준의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것이 추진위의 주장이지만 주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 선출직 공직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행정서비스나 복지서비스의 질적 수준도 하향평준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추진위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시의원의 수를 늘리고 구정협의회나 조정위원회 등을 두어 그 공백을 메워 나간다고 하지만 주민의 손으로 뽑지 않은 단체장이나 협의회 위원들은 주민을 바라보지 않고 임명권자를 쳐다보고 일을 하게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더구나 지금의 지방자치 시스템은 자치구에 배분되는 재원 조정을 통하여 각 지방자치단체간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조정하고 있으나, 이를 폐지 할 경우 지역의 유력인사들의 목소리가 작용되면서 오히려 예산과 정책이 발언권이 센 특정지역으로 편중될 우려가 훨씬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풀뿌리 생활정치가 사라지고 비대해진 광역자치단체는 확대된 권한에 반비례하여 행정서비스의 질은 저하 될 수밖에 없으며 지역의 자율성과 다양성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또한 지역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추진위는 개편안이 광역시와 자치구간 갈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근본적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문제를 수면 아래로 감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광역시와 자치구간의 갈등이 생기는 때는 주로 자주재원이 되는 세목의 조정이나 재원의 배분 비율을 놓고 의견을 달리 할 때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자치구 폐지라는 극약처방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열악한 나라는 드물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그만큼 아직도 재정의 분배권한을 가지고 지방을 통제하는 중앙집권적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은 광역시와 자치구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재원조정 교부금 지원을 축소시키고 말 잘 듣는 자치구에 일반예산이나 특별 교부금 등을 지원해서 자치단체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치단체에 더 많은 세원을 분배해 주고 중앙 권력을 지방에 이양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자치단체간의 갈등의 문제로 취급하여 아예 기초자치구를 폐지시키겠다는 발상은 마치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독재시대를 연상케 한다.

세 번째로 행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광역시의 자치구를 폐지하여야 한다는 추진위원회의 주장은 필자가 가장 동의하기 어려운 논리이다. 다양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정부가 언제나 효율성 위주로만 움직인다면 과연 공정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 다수의 국민의 원하고 동의하는 사안이 있다면 다소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국민의 편에서 움직여야 하는 것이 바로 행정이다.

규모의 경제이론을 차용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 평균 규모는 210,000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특별 광역시의 자치구를 폐지하면 그야말로 거대 공룡자치단체가 된다. 이는 모든 권한이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집중되면서 행정 서비스의 질 저하와 주민의 행정 참여의 기회가 축소되고 민원 대응능력이나 민원에 대한 순응도가 떨어지면서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며 거대해진 자치단체는 오히려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추진위가 주장하는 효율성 제고는 행정계층을 한 단계 축소시키고 구의원과 구청장을 선출하는 제도를 폐지하여 임명직이나 위촉직으로 전환하면서 절감된 예산을 가지고 구민을 위해 사용함으로서 주민 편익을 확대 시킬 수 있다는 논리이지만 주민을 직접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기초의회 의원이나 단체장 등 주민이 뽑은 선출직 공무원이 없는데도 구민의 요구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행정을 기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 예로 혐오시설의 설치나 이전에 따른 광역시와 자치구간의 갈등, 주민간 혹은 주민과 자치단체간의 갈등은 자치구가 폐지된다하여도 존재 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이는 국가 중앙부처간, 국가와 광역 자치단체간 또는 자치단체 상호간에 얼마든지 발생 할 수 있는 갈등의 문제이다. 이럴 때 마다 갈등의 장본인인 중앙부처나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광역자치단체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상대로 해서 그 모든 일을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외에도 개편안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앞서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무엇보다도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인 풀뿌리 민주주의가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정치적 논리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현실이다.

필자는 평생을 공무원을 살아왔고 특히 집행부의 위치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의회의 견제나 질책이 그리 달갑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내가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꼭 필요한 것을 없앨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또 자치단체에서 근무했던 필자의 경험으로 감히 말하자면 지금 실시하고 있는 지방자치 제도를 조금씩 보완하고 시간이 지나 제대로 정착이 된다면 대한민국형 풀뿌리 민주주의로 성장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성장을 해서 자기만의 몫을 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성장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 그루의 나무가 거대한 태풍에도 꺾이지 않을 수 있도록 뿌리가 깊어지기까지는 누군가 물도 주고 비바람을 막아주면서 스스로 뿌리를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뒤뚱거리며 이제 막 일어나 걸으려 하는 아이에게 제대로 뛰지 못한다고 탓하는 부모는 없다. 뿌리가 제대로 박히기 전에 나무를 쥐고 흔든다면 과연 그 나무는 열매를 제대로 맺을 수 있겠는가?

모든 이치가 이와 같다면 아직도 걸음마 단계인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이 되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제공하면서 좀 더 인내를 갖고 기다려주면 어떨까? 우리의 지방자치 모델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아름답고 모범적인 지방자치 모델이 되는 그 날을 위해 필자와 함께 모든 분들이 함께 노력해주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본 글은 본사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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