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KBS 청주방송총국 보도국장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대전지부 상임고문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풍수의 원조라고 하는 도선국사와 고려태조 왕건의 만남도 그런 경우로 보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도선국사가 태조왕관을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1100여년전인 서기 894년 추운 겨울이었다.

당시 17살이였던 왕건을 만난 도선은 왕건에게 할아버님 존함이 뭐냐고 물었다. 작제건(作帝建)입니다. 아번미은 용건(龍建)입니다. 그러면 네이름은? 왕건(王建)입니다. 성이 뭐냐? 작(作)씨냐, 용(龍)씨냐? 작씨도 용씨도 아니고 왕이 될씨인 왕씨입니다. 그러자 방안에 있던 아버지가 깜짝 놀라 뛰어나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녀석아 왕씨라니 애비 죽일려고 작정을 했느냐며 화를 벌컥냈다. 우린 성이 없어 굳이 남에게 성씨를 둘러대려면 작씨라고 해라. 그러자, 도선은 왕건의 아버지 용건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그대로 두시오, 이 아이는 장차 크게 될 이름이니 성을 왕씨라고 하시오. 왕건과 이렇게 인연을 맺은 도선은 그대는 국내외적으로 매우 혼란한 때에 태어 났으니 이 시대에 감응(感應)해야 한다며 사나이는 모름지기 그시대가 필요로하여 부른 것이니 시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또 너야말로 하늘이 정한 터를 빌려 태어났으니 훗날 억울함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구제하는데 앞장서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왕건은 도선에게 세상이 다 말세라고 아우성인데 저라고 무슨 재주로 세상을 바로 세우겠습니까? 전 하필 왜 이런 혼란스러울 때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요? 하고 물었다. 도선은 태평성대에는 영웅이 나지 않는법 천년간 서라벌을 바라보던 하늘이 지금은 다른데를 쳐다보고 있다. 왕건아 이런중에도 새로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은 육두품이하 지방호족세력들이다.

선종(禪宗) 또한 팔팔한 기세로 뻗어 오르고 있으니 그 힘을 타거라 어느 세상에든 다 맥은 있는 법이다. 도선은 훗날 왕이 되려면 첫째 사람을 부릴 줄 알아야 되고, 둘째 병법의 비결인 기문 둔갑을 자유 자재로 구사해야 하며, 셋재 전투에 임할때는 유리한 지형을 찾아내야 한다. 넷째 전투할 날짜나 시각을 정하는 천시법과 다섯째 초인적인 힘을 이용하는 감통 보우의 비법을 전수시켰다. 또 천문, 지리 병법에 능통한 경보와 최지몽을 천거해 왕건을 돕도록 했다. 왕건은 결국 후백제의 왕 견훤과 신라의 경순왕으로부터 항복을 받아 고려를 창건하였는데 도선은 새나라가 일어설 때는 그 시대의 생기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선은 신라가 교불교(敎佛敎)로 정치이념을 삼았다면 그대는 선불교(仙佛敎)를 내세워라 그리고 한 시대를 도모하는자는 항상 그시대의 생기가 자신의 편이 되도록 힘써야 된다고 당부했다.

도선은 왕건에게 마지막으로 한가지 신신당부한 것이 있다. 그대가 세운 나라에서는 함부로 땅을 파거나 인간쓰레기를 묻는 일이 없도록 하고 돈이나, 권세가 있다고 여기저기 명당을 파헤쳐 도둑놈, 역적, 살인자 등을 자꾸 묻어두면 국기(國氣)가 흐려져 장차 큰 혼란을 부를 것이라고 했다. 설령 공덕이 있는자를 묻는데도 땅을 가려써야 큰 재앙을 입지 않는다고 했다. 도선은 이런 당부와 함께 왕건에게 고려국을 세우라는 밀지를 남기고 육룡사로 들어가 풍수의 원조인 도선비기를 남기고 인(因)이 있어 맺은 연(緣), 그 인을 다하였으므로 나는 간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하직했다.

훗날 도선의 가르침과 경보와 최지몽의 도움이 없었다면 왕건은 42살의 나이로 고려건국이 가능했을까? 좋은 운만 믿고 남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그것은 쓸모없는 운명임을 우리는 도선의 예언에서 찾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