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일보
오피니언칼럼
숲의 철학, 생명의 장이자 치유의 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한숭동 석좌교수  |  前 대덕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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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15  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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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숭동 前 대덕대학교 총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산을 찾는 국민의 80%는 건강을 생각한다. 이제 국민은 건강을 지키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 의사와 병원이 아니라 나무와 숲을 찾고 있다. 하다못해 도심 속 조그맣게 조성된 숲이 인기를 끌고, 주택단지도 조경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도 수목이 주는 혜택 때문이다.

각종 숲 치유 프로그램도 인기다. 숲에서 건강과 행복을 찾으려는 시대적 요구와 면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림요법(therapy:치유)이 조명받고 있다.

산림치유는 질병 치료가 아닌 경관·소리·피톤치드·음이온 등 산림의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여 쉽게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자연요법이다. 생리학적 안정과 면역수준을 회복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예방의학 개념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진화했다는 사실과 숲에 있는 것이 인간에게 유익하다는 확신에서 비롯됐다.

왜 숲이 치유의 장으로 떠오르는 것일까.

숲은 최고의 자연치유 장소다. 숲에는 온갖 치유물질이 다 있다. 다른 곳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쾌적한 공기와 계곡, 시원한 바람 그리고 나무의 자기방어 물질인 피톤치드가 풍부하다. 만병통치약이 숲에 있다는 것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살균력을 의미하는 치드(cide)의 합성어로 숲 속의 향긋한 냄새를 만들어 낸다. 나무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자기 보호를 위해 내뿜는 방향성 물질이다.

이 말은 1943년 러시아 태생의 미국 세균학자 왁스만(s. a. Waksman)이 처음 만들었다. 피톤치드의 주성분은 테르펜이라는 화학물질로 숲 속의 싸아하면서도 향긋한 냄새는 테르펜이 공기 중에 휘발하면서 나는 것이다.

예부터 솔잎을 넣고 송편을 찌거나, 도가나 불가의 선식(仙食)에 솔잎이 필수품이었던 이유도 소나무의 테르펜 성분을 이용해 인간에 해로운 병원균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피톤치드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말초 혈관을 단련시키며 심폐 기능을 강화시킨다.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치료, 심장 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 작용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톤치드의 효과는 산 중턱에서 최대한 느낄 수 있다. 산림욕은 일사량이 많은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온도와 습도가 높은 시간대인 오전 10시~12시가 효과적이다. 15분 숲 산책 때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12.7% 줄어들고, 교감신경 활동이 5.2% 억제된다고 한다.

실제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흡입할 경우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피로를 없애 준다. 산림에 많이 분포된 음이온은 뇌파 중 알파파를 증가시켜 마음 안정에 효과가 크다. 공기 중 산소 농도도 도심보다 높아 신진대사 활동에 도움을 준다.

나뭇잎이 필터 역할을 한 간접 햇빛은 비타민D를 합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우울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숲에는 음이온도 풍부하다. 우리의 몸이 혼탁한 공기 중에 노출될 때, 육체적인 피로나 정신적인 긴장을 받을 때 양이온을 과다하게 방출된다. 이를 몸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신경장애와 같은 신경계통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이 양이온을 상쇄시켜 주는 것이 음이온으로, 햇볕 좋은 곳이나 분수, 계곡 그리고 숲에서 다량 생성된다.

의사나 한의사들은 숲에 들어가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걷기만 해도 병세가 호전된다고 말한다. 숲에서 땀을 적당히 흘리며 걸으면 혈독, 식독이 배출돼 치유 효과가 매우 크다. 숲은 눈에 보이는 질병뿐만 아니라 도시문명에 찌든 마음의 병도 고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 장태산 휴양림
잘 가꾼 숲은 인성교육의 가장 좋은 최상의 놀이터

숲은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일상에서 자연을 만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어릴 때부터 공부에 길들다 보니 자연과는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요즘 들어 학교폭력과 인터넷중독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숲이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주 5일 수업제 정착과 체험활동 위주의 교육여건 변화로 산림 교육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잘 가꾼 숲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자는 산림교육은 요즘 크게 활성화되는 분야다. 산림교육이 학교 폭력 예방과 사회성 향상, 우울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국민의 9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우리나라 도시 숲 면적은 1인당 평균 7㎡로 런던 27㎡, 뉴욕 23㎡에 비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학교 주변, 자투리땅 등 아직도 나무를 심을 만한 곳이 많다.

그간 나무 심기가 황폐해진 국토를 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나무 심기는 녹색복지공간으로서의 행복한 삶 터를 만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특히 학교 숲은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시의 허파로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도심지의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충하고 학생들의 정서함양과 인근 주민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학교 숲은 환경적 효과뿐 아니라 인성 교육적인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메말라 있는 정서를 순화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게 한다. 학교 숲은 도심 속 아이들의 자연치유 놀이터이자, 방과 후에는 지역주민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학교 숲에 울타리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숲은 인간에게 무한한 생명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스트레스로 말미암은 상처와 고통을 말끔히 없애주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감성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놀이터고 스승이다.

숲은 메마른 우리 사회가 숨 쉴 수 있는 청명한 향기를 내뿜어주는 생명 그 자체다.
생명의 본성을 찾는 길, 바로 숲 속에 있다. 숲에서 배우는 철학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숲은 자라고 커가고 있다.

   
▲ 지리산 실비단 폭포
“나는 삶의 본질과 대면해 내 뜻대로 살기 위해 숲으로 왔다. 만약 숲이 가르쳐준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내 삶이 헛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자연의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아 후세에 남긴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그의 명저 <월든(Walden)>에서 외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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