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구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노바아르테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광남 오케스트라 지휘자 한국관현악지도자협회 회장

호른은 본래 중세 시대의 사냥용 뿔피리가 발달하여 오늘날에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금관악기로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호른의 종류로는 프렌치 호른, 잉글리쉬 호른, 스위스 알펜 호른 등이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호른은 프렌치 호른 입니다. 잉글리쉬 호른은 생김새도 길고 더블리드를 사용하여 소리를 내는 오보에 과의 목관악기이며, 스위스 알펜 호른은 길이가 6미터나 되는 고산지대에서 요들송을 부를 때 사용하는 악기입니다. 프렌치 호른을 풀어 놓으면 약 3.5미터나 된답니다.

호른 협주곡은 호른(French Horn)과 오케스트라의 협주에 의해 연주됩니다. 호른은 음의 폭이 넓고 부드러우며 풍부한 색채를 지니고 있어 관악기, 현악기 또는 건반악기의 다양한 중주에서 개성이 강한 여러 악기들의 소리를 아름다운 화음으로 만들어 주는 가장 중심이 되는 악기입니다. 그리고 독주 악기로서도 다양한 선율을 연주할 수 있는데 온화하면서도 열정적인 감정 표현이 가능한 악기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호른 소리를 좋아했던 모차르트는 어른이 되어서는 궁정악단 호른주자였던 요제프 로이트게프(뢰트겝)와 평생을 친구로 지내게 되고 이런 인연으로 인해 호른 협주곡을 작곡하게 됩니다. 모차르트는 4개의 호른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제1번(Horn Concerto no.1)은 1791년, 제2번 1783년, 제3번 1787년, 그리고 제4번 협주곡은 1786년에 써졌습니다. 그러므로 작곡 순서로 보면 2번,4번,3번,1번이 됩니다. 4곡 모두 부드러우며 아름다워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데 이 중 제1번 협주곡이 제3번 협주곡과 함께 자주 연주되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곡입니다.

일반적으로 협주곡은 3악장으로 구성됩니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 제1번은 느린 템포의 2악장이 없는 두개의 악장으로 구성되며 D Major의 곡입니다. 다른 호른협주곡 제2번, 제3번, 제4번은 E-flat장조이고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쾨헬 작품번호 목록에서도 1악장 Allegro 4/4박자는 KV. 412으로, 2악장 Rondo(Allegro) 6/8박자는 KV. 514로 구분되는 것도 특이점 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음악학자 아인스타인은 호른협주곡용의 작품 <안단테, K.Anh 98a>가 이 곡의 2악장일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이 곡의 2악장 악보에는 다음과 같은 장난기 어린 글귀들이 쓰여 있습니다.
'달려라 당나귀야!', '잠깐 숨쉬고', '안 돼, 돼지야', '이제 여기에서 끝장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모차르트와 로이트게프는 장난기와 은유적 표현도 주고 받는 친근한 사이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장난스런 표현들이 음악의 전달과 해석에 도움이 되는 사이였습니다. 모차르트는 4곡의 호른 협주곡 모두를 로이트게프를 위해서 작곡했기 때문에, 이 연주자는 음악의 역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됐습니다. 모차르트는 4곡의 호른 협주곡을 가리켜서 '로이트게프풍(das Leitgebische)'의 작품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들은 작품의 성격들이 밝으며 즐거운 기분에 넘쳐있습니다. 생기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지며 친근하면서도 신선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1악장에서는 여유로운 심성과 경쾌한 움직임을 함께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전원적인 정서와도 연결되곤 합니다. 현악기의 우아함과 호른의 부드럽고 포근한 음색이 하모니를 이루는 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1악장은 Allegro, D Major, 4/4박자로 매우 단순한 소나타 형식입니다. 현악기의 반주 위에 제 1바이올린이 제 1주제를 제시합니다. 간결한 호른의 주제로도 사용되는 중요한 악구입니다. 관현악이 부주제를 제시하면 독주 호른이 제1 주제를 반복 연주하며, 이후 A Major로 조성이 바뀐 뒤 호른이 제 2주제를 연주합니다. 발전부로 넘어가면 제 1바이올린이 제 1주제와는 다른 조성으로 계속 변화하면서 진행하고, 재현부에서는 현악기가 제 2주제를 연주하면 반대로 현의 부주제를 독주 호른이 연주하게 됩니다. 이후 코다로 진행한 뒤 종결합니다.

제 2악장은 Rondo. Allegro, D Major, 6/8박자로 매우 단순한 론도 형식입니다. A(론도 주제)-B-A-C-A-D-A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투티로 론도 주제를 제시하는데 다른 호른 협주곡의 피날레와 비교해서 "사냥풍 주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주제는 변형된 모습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연주시간이 1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이 곡은 커피 한 잔 마시며 경쾌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듣기 좋은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른은 오케스트라의 중재자로 전혀 다른 개성의 현악기와 관악기를 하나의 하모니로 이어주는 고리라 할 수 있습니다. 호른은 화합의 상징입니다. 이 사회가 분열되지 않고 아름다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사이와 사이를 이어주는 호른과 같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