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숭동 前 대덕대학교 총장

대전에는 외국인 이주여성들이 직접 운영하는 아시아 음식 전문식당이 있다.

2012년 4월 중구 대흥동에 문을 연 아시아요리&다문화 카페인 ‘I'm Asia'. 간판은 ‘I’m Asia’로 쓰고, ‘이맛이야’로 읽는다.

55평 규모의 카페에는 외국인 이주여성으로 구성된 여러 명의 셰프가 있다. 이들은 동남·서남·중남아시아의 쌀국수, 커리, 월남 쌈 등 10여 가지의 요리와 커피를 만들어 판매한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12월13일에는 안철수 전 후보가 들러 오찬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 ‘이맛이야(I’m Asia)’ 여성결혼이민자들 다문화카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결혼이주여성 모아 아시아 요리 전문식당 ‘I’m Asia’ 열어

이 카페는 대전에서 외국인노동자 인권 운동을 하던 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 김봉구 관장이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김 관장이 다문화식당을 열게 된 까닭은 간단했다. 10여 년간 대전 외국인이주노동자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이주여성의 취업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의 70%이상이 취약계층으로 생계가 어렵다. 어색한 한국말과 경쟁력으로 취업도 쉽지 않다. 어렵사리 자격증을 취득해도 편견으로 인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식당에서 일할 경우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고 차별도 받는다. 한국에서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이런 분들에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자립을 위한 일석이조 창업이다.

'I'm Asia(이맛이야)'는 단순히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실제 2012년, 'I'm Asia'에서는 요리교육을 하고 우수자는 직접 취업으로 연계된 맞춤형 취업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결혼이주여성 20명 중 2명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정 직원으로 채용됐다. 다른 수료자들도 자신의 여건에 맞게 케이터링단으로 활동하면서 수입을 얻게 됐다.

아시아를 만나Go! 아시아를 맛보Go! 라는 주제를 가진 대전 최초의 다문화 체험 장이기도 하다.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문화사회 이해에 대한 강의, 다문화요리 만들기, 다문화의상 체험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I'm Asia’를 운영하는 러브아시아(대표 김선주)는 사회적기업이다. 단순히 이주여성을 돕는다는 사회적 의미만으로는 식당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본토인이 직접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든 메뉴라 모두 맛있다. 맛과 가격, 품질에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아시아전문요리점에 비해 가격도 착하다.

‘누들의 종결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팟시유꿍’, 태국식 볶음 쌀국수인 ‘팟시유꿍’은 이 가게의 대표 메뉴 중 하나다. 베트남커피도 돋보인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다. 이곳에서는 맛이 훌륭한 베트남 콘삭 커피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122년 전통의 필리핀 맥주인 산미구엘도 추천한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는 물론 홀에서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까지 모든 종업원이 결혼이주여성이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5개 나라에서 온 8명이 땀을 흘리고 있다.

식당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은 더 많은 이주여성들의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사용된다. 지난해 연말 이곳 직원들은 이주외국인 무료진료소에 진료기금을 냈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다문화가정 친정 방문 성금도 기탁했다.

▲ ‘이맛이야(I’m Asia)’ 내부 다양한 아시아요리를 즐길 수 있다

# 외국인노동자 1만 명 넘게 돌본 김봉구 관장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즈음, 김 관장은 대전에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센터를 설립했다.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였을 때, 분위기는 대체로 냉담했다.

지역사회의 수많은 현안 과제가 산적한데 왜 굳이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단체를 만드냐는 지적도 있었고, 지역사회의 인물과 재원이 뻔한데 왜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서 파이를 줄이냐는 비아냥거림 또한 있었다고 한다.

김 관장의 아름다운 집념은 결실을 맺고 있다. 외국인노동자 쉼터를 개설해 이주 외국인들을 위해 법률상담, 한글교육, 컴퓨터교육, 무료진료, 문화행사, 다문화 아동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정부지원 없이 자원봉사와 시민들의 후원으로 10여 년째 운영하고 있다.

또 외국인노동자의 노동상담, 임금체불, 산업재해, 생활 등 현재까지 26개국 외국인 노동자들의 각종 애로사항 1만여 건을 처리한 해결사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더불어 이주여성인권센터를 통해 친정방문지원, 직업교육, 육아문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대전 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에서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대흥동 우리들 공원에서 '이주외국인 추석한마당'행사를 개최했다. 이주외국인 추석한마당은 먼 타국에 와 고된 노동에 지친 외국인노동자들과 친정에 가지 못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통 민속놀이와 레크리에이션, 외국인들의 장기자랑대회 등 축제한마당으로 꾸며졌다.

또 이들 고향의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I'm Asia'에서 뷔페식사와 푸짐한 선물도 전달했다. 김봉구 관장은 추석이면 고향생각이 더욱 절실한 이주외국인들을 위로하고 한국의 따뜻한 정을 나누며 잘 정착하기를 소망하면서 해마다 추석한마당을 열고 있다

김봉구 관장은 충북 진천 출신으로 신학대학원을 거치며 목사가 됐다. 2002년 살림교회를 설립한 뒤부터 본격적인 사회 활동에 나선 그는 시민사회연대 운영위원과 전국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대전이주여성인권센터는 결혼이주여성 20명으로 구성된 다문화주부 요리봉사단을 조직해 매달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찾아 요리봉사활동을 펼친다.

# 체계적인 이주민 지원위해 올해 분점 내서 일자리 늘려갈 계획

지난 5월 대전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는 '결혼이주여성 정치학교'를 개강했다.
이 정치학교는 이자스민 국회의원등이 교육에 나서 다문화정책 전문가를 양성해 결혼이주여성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자스민 의원(36세)은 필리핀에서 태어나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고, 영화 ‘완득이’로 알려지기 시작해, 지난 해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또 결혼이주여성 20명으로 구성된 다문화주부 요리봉사단을 조직해 매달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찾아 요리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주여성들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고,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요리훈련과 봉사활동 준비를 마친 다문화주부들은 6월12일, 성락복지관에서 첫 번째 요리봉사활동을 펼쳤다. 2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시부모님을 섬기듯 친정 국가인 아시아요리를 대접했다. 6월 20일에는 대덕구 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형식) 어르신들을 찾아 요리봉사 활동을 했다.

김 관장의 꿈은 전국에 ‘이맛이야’ 분점을 내는 것이다. 더 많은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분점을 자꾸자꾸 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결혼이주여성의 일자리창출은 가장 중요한 다문화정책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마다 창업을 지원하고 사회적기업과 매칭하면 결혼이주여성의 일자리도 창출하면서 다문화 이해를 증진하는데도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현재 전국 곳곳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이맛이야’의 노하우를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맛이야’를 이주여성 일자리 창출의 롤모델로 정착시키고 싶다는 그의 꿈은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 다문화카페 ‘이맛이야 (I’m Asia)’ 대전 중구 대흥동 우리들공원 지하주차장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