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경선 창립이사의 딸 원혜덕 님(좌), 사위 김준권 님(우). 기아대책 제공

지난 18일(금) 기아대책에 특별한 손님이 방문해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지난 1월8일 향년 100세의 일기로 소천하신 (고)원경선 원장의 딸 원혜덕씨와 사위 김준권씨가 조그마한 봉투에 현금 일천만 원을  가져 온 것.

기아대책에 따르면 장례식을 진행하면서 받은 조의금을 남들 모르게 조용히 기부하게 된 것. 이날 이들의 가려던 손길을 다시 붙잡고 함께 고인의 삶을 돌아보고 회고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져 더욱 의미를 더했다.

한편, 기아대책에 대한 사랑과 깊은 관심이 고인의 일대기를 그린 영상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기에 이 날의 전달식은 더 큰 감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속에 다가왔다.
 
(고)원경선 원장은 1914년 평안남도 출생인 고인은 농업에 종사하던 중 40세에 이웃과 더불어 살기로 결심하고 1955년 경기도 부천에 땅 1만 평을 개간해 오갈 데 없는 이들을 위한 공동체인 '풀무원농장'을 세웠다.

'자기 손으로 일해서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아들인다'는 것이 농장의 운영 원칙이었다. 1976년에는 국내 최초로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농민단체 '정농회'를 설립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고인은 "유기농은 농약과 화학비료로 인한 간접살인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주창했다.
 

▲ 故 원경선 창립이사. 기아대책 제공

경남 거창고등학교 이사장으로 지내며 교육자로도 활동한 고인의 삶은 초중학교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다. 고인은 1989년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창립에 초석을 마련하여 빈곤 타파 운동을 전개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 세계 환경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유기농 실천 운동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환경보호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녹색인상'(1992년), '유엔환경계획 글로벌 500상'(1995년), '국민훈장 동백장'(1997년), '인촌상'(1998년) 등을 수상했다.
 
"60억 인구 중에서 15억 명이 굶주리고 있으니까, 우리가 일을 25% 더하면 세계의 굶주림이 사라질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품고 전세계 빈곤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던 고인은, 기아대책의 창립이사로 활동하면서 해외현장을 직접 찾아가 도움을 전하는 등 왕성한 나눔 활동을 펼쳤다.
 
"위대한 농부, 대한민국 유기농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고)원경선 원장. 생전에 고인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기아대책의 일들이 더 귀하게 다가오는 하루이다. 고인의 뜻을 이어 앞으로 세계 각지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더 많은 동역자들이 나타나길 기도한다.
 
서울=김태정 기자 abc000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