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동일 충남대 교수 前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민선 지방자치 실시 22년째를 맞으면서, 역대 정부들은 그동안 다양한 지방분권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지역사회의 지방자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부분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권의 효과가 뿌리내리기 위해서 필요한 중앙권한의 대폭적인 지방이양, 그리고 자치입법권을 비롯한 지방자치권의 강화에 필수적인 지방자치와 분권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오래 전부터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시행하고자 하였던 자치경찰제와 교육자치제의 개선 및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 정책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와 계획을 갖고 추진했던 역대 정부들이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한 주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정부마다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던 자치와 분권, 균형발전, 정부혁신들의 목표와 상호관계 그리고 단계별 추진전략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고민없이 무리하게 한꺼번에 추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치와 분권은 국민들이 그 성과를 체감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공감대를 형성해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누구를 위한 자치이고 분권인지가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결과, 국민을 동참시키지 못하고 말았다. 그리고 자치와 분권에는 상당한 저항과 부작용이 반드시 병행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극복방안이 전략적으로 마련된 다음 구체화했어야 했는데 이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새 정부하에서도 자치와 분권을 추진하는 환경과 여건은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다민족‧다문화시대의 급속한 전환, 글로벌화와 정보화 및 광역화의 진전, 그리고 지방행정체제의 개편도 본격화될 것이다. 게다가 지역개발,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정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경기침체로 세수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사무이양에 따른 재정보전과 지방재정 확충 노력은 자치단체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속에 새 정부가 지방자치와 분권의 국정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중앙정부 공무원 및 중앙정치인들의 강력한 자치의지를 재인식하는 일이다. 그리고 지역주민 모두는 지방자치의 의미와 필요성을 되새기면서 지방자치를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다는 확고한 신념을 확립하는 동시에 대내‧외적으로 지방자치의 성실한 이행을 다짐해야 한다. 이러한 여건속에서 앞으로 지방자치와 분권이 새 정부에서 반드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준비와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줄 것을 제안한다.

첫째, 미래 지역사회의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정립해서 지역주민들과 공유해야 한다. 둘째, 기로에 선 한국 지방자치와 분권이 바른길을 가기 위해서 분권형 헌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연계 및 자치경찰제의 실시를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넷째,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문제는 금년 안에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특히, 기초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의 폐지는 지방자치와 분권의 핵심이자 출발점이 될 것이다. 다섯째, 위기에 놓여있는 지방의회를 바로 세우고 그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밖에도, 향후 지방분권추진 방향을 제시하면 우선, 경제위기 등 새로운 환경변화에 부응하기 위하여 지역 주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실효성 있는 사무를 발굴하고, 이양당사자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수렴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지방이양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특히, 행정권한의 배분이 확정된 사무를 일괄 법제화 할 (가칭)「지방이양일괄법」을 제정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이양일괄법안을 발의하고 제정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과 관련한 특별위원회 구성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제19대 국회에서 '지방분권특별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섯째, 새 정부에서는 실질적인 과감한 세원이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입자치를 통해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지방자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역지방선거에서 여성비례대표 확대, 남녀동수공천제, 여성공천할당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정당공천이 배제된 기초지방선거에서 여성들이 적극 도전할 수 있도록 선거공영제의 강화를 통해 선거비용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가와 지역경쟁력 강화를 통해 진정한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와 분권정책들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