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동중앙교회 박덕규 목사

나는
내 육신을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리워 이따금씩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는 내 나이 19세에 세상을 떠나셨으니
철부지 불효자식인지라
병드신 아버지를 성심껏 모시지 못하고 불효했음에
너무도 마음이 아프고 애절한 그리움이 솟아난다.
가장 큰 가슴 열어 아들을 사모하시던 나의 아버지이셨음을 알게 된 것은
내가 내 아들을 기다리기 시작함으로써 알게 된 하늘에서 주신 마음.

어느 날인가
못난 아들 학교생활이 부실하다 하여
교감선생님 앞에 불려나와 큰 죄인처럼 심문 받으실 때
입고 계신 하얀 두루마기는
가난하고 무식했던 초라한 시절을 대변이라도 했더란 말인가?
철없는 아들을 잘못 키운 죄를 달게 받으시고
쫓겨나듯 푸대접 받으신 아버지
교실 밖 잔디위에 부자가 함께 섰을 때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으니
완고하게만 알고 있던 아버지의 뜨거운 가슴이 가끔씩 떠올라
가슴이 미여지는 슬픔을 새긴다.

추운 겨울날
장항에서 군산으로 가는 나룻배 저쪽에 서 계신 아버지 모습..
군용 외투를 검정 물들여 입으시고
까칠하고 외롭게 서 계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여
슬픈 눈물이 솟곤 한다.
그때 아버지가 좋은 옷 입으시고 당당하셨다면
내가 왜 아버지께 쫓아가 아버지의 손잡기를 주저했겠는가?
초라한 아버지를 둔 것이 싫어
나는 아버지 곁에 가지 않았으니
이 사실을 아버지가 아셨다면 얼마나 서러우셨을까?
배은망덕한 이놈이 얼마나 큰 죄인인가?
자기를 위해서는 옷 한 벌 사 입을 용기는 고사하고
풍년초 한 봉지도 아쉬워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담배 한대만!" 이란 이름으로 기억되셨던 내 아버지,
자식의 학비와 하숙비를
그 무능했던 아버지가 무슨 수로 준비해 두셨을까?

가난한 삶 속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밤이 이슥할 때까지
구수한 옛 이야기, 삼국지 이야기를 끝없이 쏟아내시곤 하시던 아버지
방콩 찰떡을 더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그마져 마음껏 잡수시지 못한 세월을 사셨다.
세월이 다하고 있음을 짐작하셨음인지
가깝지 않던 어머니가 다니시던 교회에 가시기를 원하셔서
몇 차례 자전거에 모시고 산길, 들길을 따라 예배에 참석한 일도 있다.
후일 어머님의 증언은
저쪽 갓방에 긴긴 동지섣달의 밤을 차가운 밤을 지내시면서
많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시곤 하셨다 했으니
나의 하나님은 우리 아버지의 영혼을 자기의 품으로 인도하셨는가.

내가 목사가 된 것을 보시고
아들이 인도하는 예배에 참석하셔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같이 느끼셨다면
아버지의 작은 가슴이 얼마나 부듯하셨을까?
아버지는 아버지 노릇만 하시고 자식 둔 보람을 보지 못한 채 가셨음에
더욱 가슴이 미여진다.
아버지는 아버지이셨으나
나는 자식이 아니었음이 더 깊은 아픔으로
서리 내린 아침에
찬 서리보다 더 차갑게 파고든다.

어머니는 내 나이 중년이 되도록
방황하는 자식을 두고
외로운 기다림 속에서 사셨다.
나는 내 몸 하나 지탱할 수 없는 방황 속을 헤매었으니
눈밭에 엎드려 새날을 맞곤 하셨던 어머니의 기도는 허사였는가?

어느 날 어머니는 깊은 잠에 빠진 어린 아들을 깨우셨다.
눈보라 속에 하늘도 땅도 묻혀 버린 새벽에
어머니는 뒷산 바위에 꿇어 하나님께 서원을 갚아야 했으니
그 사나운 날을 홀로 깨우기 어려워 어린 아들을 동행케 하셨다.
어느 날인가는 그 먼 길 화촌 교회에도 동행한 일이 있었다.
모두 기도를 마치고 돌아간 후 한동안
더 길게 어머니는 기도를 드리셨고
어린 아들과 함께 떠오른 태양을 등지고 돌아오는 길에는
모자의 그림자가 길게 들녘을 앞서 인도해갔다.

그때 어머니는 무슨 기도를, 왜 그토록 기도를 했을까를
나는 오늘날에야 깨닫고
어머님께 대한 한없는 그리움과 사랑에 젖곤 한다.
힘없어 보였고 가엾은 한 여인으로 사셨지만
그 속에 측량할 수 없는 전능자의 기운이 서려 있었고
이로 인해 우리 가정은 하나님을 모시는 성전이 되었으니
어머니는 한 줌의 누룩처럼 사셨다.

나는 아직도 방황 중 사우디에 있었고
어머니는 그때
고통 많은 세상을 떠나 하나님 품에 안기셨으니 벌써 30여년의 세월이 갔다.
나는 지금 어머니를 뵙지 못하는 것이 슬프고
어머니를 따뜻하게 모시지 못한 것이
내 가슴을 찢듯, 아쉬움과 그리움에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고아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를 감싸 주고
자기 생명처럼 나를 위로해 주실 부모님,
그 두 분이 안 계시니 고아가 된 나는
매우 고독하고 슬픈 존재이다.
아버지께 내가 있었듯이 내게는 자식이 있다.
내가 아버지를 사랑했던 것보다 더 크게 나를 사랑하는 자식들이지만,
그 사랑이 매우 열렬하고 두껍지만
내게는 매우 빈약한 반쪽 사랑일 뿐이다.
하물며 남들이랴.
오직 두 분만이 어떠한 일에도
내 편이 되어 주시고
나를 기다려 주시고
내가 행복하기를 기대하셨으나
그분들이 없으니 나는 천애고아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 영혼의 목자이신 예수를 더 가까이 모시고,
영원하신 아버지 하나님을 더욱 친근히 모신다.
나를 변호해 주시고
영원한 행복을 주실 그분의 마음에 꼭 드는 종이 되기 위해 노력도 한다.
내 모든 것을 아시고
지도해 주시는 하늘의 아버지를 모셨음에
내 영혼은 매우 기쁘고 소망에 차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혼을 구원해 주셨을
하늘 아버지께
나의 자손과 이후의 후손들의 영혼도 모두 의탁하며
마음을 놓는다.

내가 세상을 떠난 언젠가,
내 자손들도 똑같이 고아가 될 것이지만
영생하시는 하늘 아버지는 완전하신 사랑과 능력으로
내 후손들도 구원해 주실 것을 믿고 감사드린다.

오, 주여!
나는 하나님의 독생자의 이름과 보혈의 권세, 은혜로서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아버지의 아들이로소이다.
나의 부모님을 길이 위로해 주옵소서.
못난 아들 낳아 기르시느라 겪은 숱한 아픔, 고달팠던 인생살이
가난하고 소외 속에 사셨던 그 시절에
나를 기다리시고 사모하심에 지치고 아프셨던 작은 부모님 그 심령에
우리 주님 생수 흐르게 하시고
길이 소망 넘치는 부유가 있게 하옵소서.
내 자손들도 거룩하신 품에 품어 주소서.......

와동중앙교회 박덕규 목사 pdkew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