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

필자는 대전에 사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우선 대전은 자연의 혜택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 빼어난 산과 아름다운 하천, 그리고 시원한 호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는 온천까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1년에 한번 큰 맘 먹고 가족여행을 떠나야 할 온천이 바로 지척에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명산을 찾는 것도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들에게는 무척 힘든 여행계획이다.

그런데 대전 사람들은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명산이 즐비하다. 확 트인 바다가 보고 싶을 땐 대청호로 달려가면 바다같이 드넓은 대청호가 반겨준다. 대전은 자연재해가 없는 천혜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게다가 대전은 최근 들어 국토의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부여 받아 왔다. 70년대에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서 21세기 국력의 원천인 과학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고, 국방의 중추기관인 3군 본부와 교육훈련기관인 자운대 등이 몰려와 있으며, 정부 제 3청사도 대전부근을 행정도시의 입지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전은 최근 15년 주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꾀해 왔다. 1978년에 대덕연구단지가 완공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기술도시로 자리매김을 했는가 하면 15년 뒤인 1993년에 국제엑스포개최로 대전의 발전이 10년 이상 앞당겨 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렇다면 15년 뒤인 2008년, 무언가 대전발전의 이정표를 세울 큰 변화가 있어야만 했다. 그런 의미에서 2010년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대전의 미래 먹을거리를 창조할 역사적 임무가 주어져 있는 셈이다. 민선 5기는 대전의 비전을 대한민국의 신중심도시로 설정하고 수도권과 같은 물량 위주의 집중적인 중심이 아니라 물질과 정신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중심으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보다 더 큰 대전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돈이 모여 들 수 있는 도시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이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존 기업에 대한 지원강화와 새로운 기업의 유치, 의료건강관광, 명품축제 개최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마련이 동시에 이루어 져야 한다. 그런가 하면 천박한 물질주의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시민의 역량을 강화하여 상호신뢰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공동체를 복원해야 할 큰 과제가 버티고 있다. 다행히 민선 5기 들어 좋은 조짐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국책사업의 일환인 HD드라마타운을 엑스포과학공원에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수많은 연기자를 비롯한 스텝들이 대전에 머물 것이고 촬영지에 대한 관광객유치효과도 적지 않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더구나 효문화진흥원, 시청자미디어센터 등이 국비사업으로 확정되었고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도 대전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이제 대전은 세종시 원안추진이라는 호재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 아마도 세종시의 초기 정주여건이 열악할 것으로 추정해 볼 때 토지와 인구 압력이 모도시인 대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수도권을 뛰어 넘는 교통과 환경, 주택 등의 물리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교육과 문화 시설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을 때 대전에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이 바로 대전의 미래를 키울 절호의 시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