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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디자인학교 대표 박희채 철학박사, '마실이 없는 삶'
김태정 기자  |  yonhap-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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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4  14: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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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디자인학교 대표 박희채 철학박사.

2019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 저녁이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독서모임 ‘탄독회’의 송년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어제까지는 별로 춥지 않았는데 오늘은 수은주가 많이 내려갔는가 보다. 집에서부터 목도리를 두르고 나왔는데도 찬 기운이 금방 몸에 스며들었다.
운전을 해서 도착한 식당은 분당 율동공원 안에 있는 한정식당 <마실>이다.
나는 식당 간판을 보고 그 앞에서 한참 서 있었다.

<마실>....
마실은 일반적으로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을 말한다.

나는 충청도 영동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 농촌은 어느 집이나 가난했고, 겨울밤은 길었다.
어린 시절의 겨울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추웠고, 어머니는 이웃집으로 늘상 마실을 다니셨다.
아낙네들이 이집 저집에 호롱불아래 삼삼오오 모여서 맛있는 것도 해 먹고 자식자랑, 농사일 등 그 말이 그 말인 말을 되풀이하면서도 오순도순 정겹게 지냈다.
어머니가 마실을 다녀오실 때 먹을 것이라도 가져 오는 날이면, 우리 형제들은 그것을 서로 차지하려고 눈치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먹을 것이라고 해봐야 시루떡이나 군고구마 정도였다.

하루는 어머니가 따끈한 군고구마를 몇 개 가져 오셨다.
어머니는 그 고구마가 식을까봐 빨리 왔다고 하시면서 순수건에 싸가지고 온 뜨거운 군고구마를 풀어 주셨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맛있게 먹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어린 자식들에게 군고구마를 식기 전에 먹이려고 단숨에 달려왔을 어머니의 뜨거운 사랑이 느껴졌다. 어쩌면 당신은 그것의 맛도 못 보았을 것 같다.
지난 주말 시골집에 갔을 때 어머니가 드나드시던 방문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벌써 8년이 넘었지만 왜 그런지 해마다 겨울이 되면 그때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나들이가 ‘마실’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식당 이름이 바로 ‘마실’아닌가.
‘마실’, 오랜만에 만나는 정겨운 단어다.
주차를 하고 그 간판 앞에 한참 서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맺힌 눈물에 비치는 간판이 영롱해 보였다.
추위에 동동거리며 군고구마에 손을 녹이면서 들어오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요즘 마실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에 가도 이웃집에 마실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나이든 사람들은 이웃집과 휴대폰으로 연락하고, 젊은이들은 카톡으로 연락한다.
서로 얼굴보고 대화하는 일이 없다.
스마트폰이 마실을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심(人心)을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의 기심(機心)에 의존하고 살아가는 생활이다 보니, 누구도 그것을 불편해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 박희채 마음디자인학교 대표의 '다니니까 길이더라' 장자 인문학 에세이

우리의 삶에서 마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단순히 이웃 나들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다움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과학기술의 발달로 등장하는 기계들이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인간다운 정(情)마저 앗아가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차가운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면서 사람의 인성도 차가워져,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하나의 사물로 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기계사용으로 인한 편리는 취하더라도, 삶을 지나치게 기계에 의존하여 인성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그것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일부러라도 마실을 가볼 생각을 해본다.

마음디자인학교 대표 박희채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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