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일보
뉴스문화
보령 오석, 한일 전통문화 교류의 가교를 놓다홍철순 작가의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전시
박영숙 기자  |  hanbatilbo@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7.08  20:00:02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한밭일보  l 오는 7월 4일 목요일부터 9일 화요일까지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에서 보령 오석을 소재로 한 홍철순 작가의 ‘침묵의 소리, 돌들의 이야기’ 전이 열린다. 보령 성주산 일대에서 나는 오석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전통벼루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찾는 돌이다. 오랜 세월 자연의 풍화를 넉넉히 버티어내는 묵향의 시발이 되는 좋은 벼루 소장에 대한 애착은 수많은 선비들과 시인 묵객들의 큰 관심사였다. 좋은 벼루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서예와, 또 문인화와 산수화를 위시한 수묵화에 대한 소양을 떠나 생각할 수 없는 조선시대 사대부나 식자층의 애장품 일호였다.

컴퓨터의 무궁무진한 활용으로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 널리 회자되는 지금 21세기에도 전통 서예와 수묵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과 학교가 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벼루와 붓과 먹을 만드는 장인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무섭게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잘 변치 않는 삶의 어떤 본질적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은 화려한 칼라가 아니라 단순소박한 수묵의 흑백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아름다움, 용기와 쓸쓸함을 느낀다. 홍철순 작가는 검은 돌 오석을 소재로 하되 반드시 벼루로 사용하겠다는 고정관념이 없이 전통벼루의 크기와 형태를 변용하고 가공을 절제하여 오석 자체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스스로 말하게 한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 중에서 바닷가 어부의 눈에 비친 신새벽, 아직 냉기와 어둠이 다 가시지 않은 ‘동트기 전’의 순간을 포착한 『암중모색』과, 태양이 수평선에 올라오기 직전 온 우주에 빛이 퍼져가는 순간을 표현한『존재의 탄생』은 최대 가로 65, 세로 23, 두께 5 센티미터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 두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모네의 『일출』과 또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도 있겠다. 이전 선비들이 사는 집이나 절에서 종종 마주할 수 있는 오래된 연못에 구름과 하늘이 가라앉아 있고 바람이 스쳐가면서 물결이 이는 모습과 사라진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표현한 작품들도 여럿 있다.

카프카의 소설에선 사람이 벌레로 변하고, 봉준호 감독의 영회에선 사람이 기생충으로 변하지만, 홍철순 작가는 충남 보령의 성주산 일대에 여기저기 버려지고 흩어져 있는 돌을 줍고 다듬어 생명을 불어넣어 아무도 생각지 못한 그러나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 변신 탄생시킨다. 이것은, 전적으로, 아무 쓸모도 없는 것으로 치부되었던 돌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돌에서 우주의 궁극적 신비나 수수께끼의 비밀을 눈치챈 듯 어떤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엿본 홍철순 작가의 진중하면서 엉뚱발랄한 상상력의 위대한 힘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하는 18세기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말을 뒤집어 보면,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을 뿐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정당하게 해석해 줄 사람을 알라딘의 지니처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꽃이나 나무나 밤 하늘 별처럼 홍철순 작가의 오석은 스스로 말하지 못한다. 홍철순 작가의 오석은 분위기와 표정으로 꽃이나 별처럼 보는 이들에게 말없이 말을 건넨다. 창공의 별을 보며, 돌의 표정을 보며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대로, 느끼는 대로, 보는 대로, 보이는 대로 저마다의 생각과 느낌과 해석을 가지고 나누고 싶은 욕망을 갖는다. 이 순간이 사람의 생각을 빌어 돌이 스스로 말하는 순간이다. 따라서 돌의 침묵은 그저 단순히 소리의 부재가 아니라, 음악의 쉼표처럼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려는 과정으로서의 암중모색의 세계이며, 그래서 더욱 불안과 긴장이 교차하고 응축된 에너지가 고조된 순간이며, 일시적인 침묵이다. 그러니까 홍철순 작가에게 있어 오석의 침묵은, 검정이 모든 색의 수렴이듯이, 합당한 평가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그러나 아직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은 대립 상충하는 에너지의 프로세스이며 메타포이다.

전통 벼루나 수석과도 다르고, 짐바브웨 쇼나 부족의 돌조각과도 다른, 오석을 소재로 하는 홍철순 작가의 작품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모 발전해 갈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홍 작가는 전통을 계승하는 일보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도전과 실험을 통해 어떤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홍대 미대를 졸업하고 큐슈예술공대 대학원에서 대학원을 마친 뒤 시티즌 시계회사 디자인실장을 거쳐 이십년 넘게 부산에 있는 경남정보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는 홍 작가는 배우면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우고 있기 때문에 상상력과 세계관이 계속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박영숙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포토뉴스
인기기사
1
특별대담ㅣ허태정 대전시장 주요성과 · 계획 인...
2
특별대담ㅣ황명선 충남 논산시장, ‘시민과 동고...
3
박병종 미래해양수산포럼 이사장, '아시아 노벨...
4
초대석ㅣ박병종 미래해양포럼 이사장, '강한 장...
5
충청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충북도교육청 6개 직...
6
대한근대5종연맹,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근...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대전본부 : 대전광역시 서구 월평동 673번지 한밭빌딩 2층
서울본부 :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6길 28-9 204호   |  전화 : 02-2679-2007  |  팩스 : 02-2679-2007
등록번호 : 서울, 아03265  |  등록일자 : 2013년 1월 28일  |  발행·편집인 : 김태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태정
Copyright © 2013 한밭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anbattime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