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동중앙교회 박덕규 목사

주여! 나를

새벽 닭 울음소리 세 번 듣게 하소서.
한 번은 나를 위하여
또 한 번은 내 집을 위하여
또 내 교회를 위하여 .. 또

얼마나 많이 주님을 부인하며 살아왔는가?
주님 망각한 시간들
주님 잊고 살아온 세월들
예수가 의심되고
얄팍한 육체 속의 계산 때문에
그 신령한 은혜의 자취
희미하게 살아왔던 날들에
무슨 영광이 있는가?

주님 없기에 초조하고 불안하여
원망하고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말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럴싸하게 말은 했어도
마음 중심에는 주님 대신
세상이 자리 잡았고
정욕이 뿌리내렸습니다.
문밖에 주님 소외시켰기에
거역이 내 삶이 되고
게으름도, 인색함도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짧은 인생의 세월이 얼마인데
이 땅에 황금 집을 지으려는가?
초로인생, 나그네 세월임을 입으로는 노래해도
삶의 내용은 그렇지 않아
육신 앞세우고
도도하게 산 것 보면 분명 주님은 아니 계셨습니다.

세상이 커 보였고
그 달려오는 소리가 가슴을 설레이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나를 무너뜨렸습니다.
진실했던 믿음도
간절했던 소망도
뜨거웠던 사랑도 무너지지 않았나요?
그때 주님 마음 얼마나 섭섭하셨습니까?
행실 되지 않는 결심이 주님과 무슨 연관이 있었습니까?
말로는 태산이라도 옮길 수 있었지만
사실 이 작은 육신 하나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 다녔음이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밤 다 가기 전에 닭울음소리 듣고
내가 일어나고
내 집이 일어나고
내 교회가 그리되게 하소서!

부족하고 연약함을 알면서 어느 사이
주님 보다 강해지고
주님 보다 앞서있고
주님 보다 똑똑하고
주님 보다 지혜 있어
주님을 가르치려 했던 일이 한 해 내내
얼마나 많았던가요?
내 인생, 주인 없이 방황하지 않았던가요?
이렇게 살다 가야 하는 건가요?
주님 뵈올 기름 있게 하옵소서.

더욱 의지하지 못했음과
더욱 사랑하지 못했음과
더욱 충성하지 못했음이
베드로의 부인함과 같고
더욱 진실하지 못했음과
더욱 간절하지 못했음이
계집 종 앞에서 목숨 하나 지키려다
주님 마음 찢는 베드로와 다름없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던 옛사람
다시 살아나와
거듭난 새사람 억누르고 짓밟아
옛근성, 옛성질 감추지 못한 아픔이 너무 큽니다.

깨어지고 부서진
은혜 받은 심정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잃었던 첫사랑 찾기 소원합니다.
새롭게 하소서!

해가 가고 달이 져도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세월 흐름이 무슨 의미인가요?
새해가 오고 또 지나고 나면
주님 뵐 날 처음보다 가까워지니
더욱 그러합니다.
벗은 줄 모르고 살다가
그날에야 벌거숭이인 것을
부자인줄 알고 살다가
그날에야 가난뱅이인 것을
눈 뜬 줄 알았다가
그날에야 소경인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수치, 그 후회, 그 아픔을 어찌 감당할까?

토했다가 다시 먹고
일어났다가 다시 눕고
떠나 왔던 길 되돌아가기를 수십 번, 긴 세월
삼년 기다려도 열매 없는 배은망덕한 무화과 나무
땅만 버리는 쓸모없는 가시나무인지, 아닌지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인지, 아닌지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바람은 무엇인가?
거액의 헌금인가?
찬란한 건축물인가?
밤을 지새운 봉사였는가?
세련되고 고상한 열심이었을까?
이런 것들이 모두 충만했다 한들
나 자신에게
하나님이 별다른 위로와 힘이 되지 못했다면
우리에게 원하셨던 하나님의 꿈은 무너지고 말았지 않습니까?

질병도, 가난도, 실패도
믿음 안에서는 오히려 감사로 받을 수 있었지만
하나님과 마음을 나누지 못한 날들은
참으로 참혹한 고통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마음에 품는 일에는 관심 없고
하나님을 이용해, 그의 능력으로
다만 싸움에서 이겨야 했고
체면을 세우려 한 사울왕이 되려는가?
오직 하나님 모심이 행복이었기에
핍박과 고난 앞에서도 님 앞에 무릎 꿇어 그 은총 빼앗기지 않는 다윗왕이련가?

하나님과 사귀면서
무슨 큰 이익을 얻어내지 못했어도
하나님께 나 자신과 내 마음을
통째로 드리는 여생이기를 소원합니다.
마음 내키면 헌금 할 수 있고
선교 봉사 구제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마음속 가득 주님만 모시는 일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하나님은 우리의 형식적인 제사보다
진실한 마음을 달라 하심을 오늘 알게 하옵소서.

남편이 아내와 살면서
성실하고 돈벌이도 잘하지만
마음을 다른 여자에게 온통 빼앗기고 있다면
그게 어찌 가정이라 할 수 있으리요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하고
헌금도 드리지만
마음만은 안목의 정욕과
세상의 재미에 빠져 있다면
그게 어찌 신앙이라 말하리요.

나를 섭섭하게 했던 그 사람은 온 종일 마음에 두고
떨쳐낼 수 없었고
분한 마음, 원망하는 마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주님을 향한 심정은 이내 사라지기를 마치 아침 안개가 햇살 앞에 사라짐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한사코 나는 괜찮은데
너 때문이라 고집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아무 생각 없이 말하고
습관 따라 해온 말들이
아내를 괴롭혔고 남편을 아프게 했고
이웃에게 고통을 주었습니다.
교회에도 영광을 안겨주지 못하고 도리어
깊은 상처만 남겼습니다.
오래 참고 기다려 정금 같은 믿음으로 자라가게 하옵소서.

향내음 머금은 꽃잎
떨어진 후에야 아름다운 열매 맺음처럼
나타난 꾸밈보다 아름다운 마음을 님께 드립니다.
하나님과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비록 예배하고 헌신충성 다해도
그 삶은 결국 감옥생활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이
독방에서, 병상에서
굶주림 속에서
무서운 핍박 속에서도
넉넉히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과 순간순간
마음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좀 더 진지하게
하나님을 섬기며 사랑하며
이제 좀 더 분명하게
믿는 자로 살기 원합니다.
기도와 겸비와 사랑과 희생으로써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겸손과 온유로서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겠습니다.
잠시잠간 후면 우리의 길은 마감되고
영원하신 주님의 길이 나타날 때
부끄럼 없는 상면이 되게 하여 주소서.
그 문에서 그리운 주님 뵈올 때
한없는 영광만 되게 하소서.
사랑하는 내 가족, 내 남편, 내 자녀들도
서산마루 걸려있는 해지기 전에
도피성에 피하여
안전한 길로 가게 도와주소서.
그 날 위해 준비하신 값진 보상들
영혼에 씌워질 면류관
그 영광, 그 행복
그 날을 기다리며 살아갈 저희들

새벽 닭 울음소리 들려주소서.
제자처럼 실컷 울기라도 해야 되겠습니다.
체면 때문에 시달리고
안일 위해 은혜 잊고
돈 몇 푼에 스승 배반하고
감정 따라 주저앉는 아픔의 세월 속
그 현장을 급히 달려 사는 동안
지치고 시달렸던
가랑잎 된 마음, 우리 심령에
신령한 단비 뿌려 주시면
우리 마음
생명수 머금은 옥토 되어
새날은 진리로 옷 입고
새해는 순종과 겸손의 띠 띠고
새 인격, 새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일평생 이 길로 가게 하소서.
다시는 변치 말게 하시고
선한 싸움과
달려갈 길과
지켜야 할 믿음 위에
나와 내 가정과 교회가
든든하게 서 가게 하소서.

우리 모두
주님의 천국에 들어가기까지
세상의 모든 악한 일에서 우리를 건져주시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대로 우리 쓸 것을 채우소서.

내 평생에
사랑하는 자로
충성하는 자로
부름받은 자로
보냄받은 자로
빛으로
소금으로
한줌 누룩으로
나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진 자로
살도록 인도하소서.

대소사 많은 생각, 많은 일 경영하느라
숨가쁘게 달려온 한 해의 끝자락에서
뒤 돌아보면 늘 빈 손, 알몸일 뿐인데
무엇 위해 그리 헐떡이며 달려왔을까.
불가피 가는 해와 오는 해를
구분해야할 제야의 시간
새해라고는 해도 여전히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아
어제 보았던 사람 오늘 또 만날 터이요
어제 불던 바람 다시 불어올 것이지만

제 직분 지켜 새벽을 깨우는
닭울음소리 심령에 듣고
잠들었던 눈과 마음 그리고 가슴가슴들에
큰 소망과 기대를 품고 새해를 맞게 하소서.
소망은 단순한 간직이 아니라
이루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에게만
참 소망이라는 큰 열매되는 법도 알기 원합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음을 우리 또한 알고 있습니다.
어제 듣던 그 이야기 그 이상을 들을 수 없을 터이니
그 무엇에 큰 기대를 쌓을 수 없겠지만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하심에
새해 첫날부터 더욱 깊은 영감과 은혜와 진리로써
주님 깊이 사귀는 날들로 살아가도록
우리들 작은 손을
큰 손 내미시고 붙잡아 주옵소서.
겸손한 우리 모두에게…

이제 온 교회와
우리의 가정 모두는 예수로 시작합니다.
예수는 길이 우리 천대의 기업이시기 때문입니다.

2013. 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