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직에 두 번째 취임한 아베가 제 1기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었다고 말했으니, 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시기가 문제였을 뿐 당연한 결과였다고 본다. 따라서 그의 무례하고 호전적인 이번 행위에 대해 비난하기에 앞서 한 번쯤 심각하게 의중을 헤아려 봄이 타당하리라고 본다. 도대체 무슨 연유에서 「천추의 한(限)」이 되었는지, 그런 정도의 표현이라면 대일관계의 최고 위치에 있는 인사의 심중에 그런 한이 자리 잡고 있다면 의당 살펴보는 것이 이웃에 대한 도리이기도 할 것이리라.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아주 불안한 여건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와 대서양판 지진대, 필리핀판 지진대와 유라시아판 지진대 등 모든 지진대의 접점이 일본 열도의 지하에서 봉합되어 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지진과 화산활동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 열도는 연 1mm 정도의 침강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움직이는 섬, 가라앉는 섬이라는 말은 허구가 아닌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일본인의 의식구조를 가장 면밀하게 분석했다는 이어령 전 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에 따르면 일본인의 축소지향성은 불안한 영토의 지정학적 여건과 관련지어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어쩌다 그들이 확대 지향적으로 변화를 시도할 때 그들은 물론 주변국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임진란과 조선의 멸망, 청일, 러일전쟁과 태평양 전쟁 등이 모두 그런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어령 선생께서는 따라서 일본의 확대 지향성에 늘 경계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위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본다. 2011년 3월, 일본은 유례없는 대형 참사를 겪게 된다. 동일본 대지진은 쓰나미를 몰고 왔고, 후쿠시마 원전을 강타하여 지금도 그 공포와 폐해가 확산되고 있을 정도의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의 민주당 정부는 외교적으로 자민당에 비해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대민지원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상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당시 총리였던 ‘간 나오토’는 느닷없이 독도문제를 들고 나온다. 그야말로 도깨비 같은 돌출발언에 아연실색했던 당시의 상황을 기억한다면 그들이 당시 얼마나 당황하고 공황상태에 놓여 있었는지 알 수가 있다. 그렇게 그들의 비정상적 사고체계는 열도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반영하고 있다.

결국 일본의 대륙 침탈에 관한 사고는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밖에 없는 생존권적 문제로 인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제국주의적 요소가 아닌 열도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잠재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가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 열도는 1만 년 전 한반도와 붙어있었다. 빙하가 녹으면서 유리된 섬들이 아니던가. 그들의 대륙진출을 역사적 회기(回期)로 설명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주변국들에 대한 잠재적 선전포고라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상징요소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독도와 조어도, 쿠릴열도 등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을 끊임없이 재기함으로써 명분을 쌓는 현제진행상황에 있다. 역사 왜곡은 미래세대에게 구체적 위난에 대비한 명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죄책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쇠뇌교육에 갈음한다고 본다.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대응해야 할 과제는 역사 안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 임진왜란과 을사늑약, 한일합병 등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원인을 분석해보면 해답은 아주 간단하다. 소리만 요란할 게 아니라 구체적 힘을 길러야 한다. 부족한 힘은 외교력으로 보완을 해야 하리라고 본다. 가뜩이나 부족한 힘이 이리 갈리고 저리 갈려 안타까운 게 현실의 우리가 아니던가?